{"product_id":"서랍에-저녁을-넣어-두었다-한강-시집","title":"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한강 시집","description":"\u003ch2 style=\"font-size:1.8em; font-weight:700; margin:0 0 16px;\"\u003eDescription\u003c\/h2\u003e\n「저녁의 소묘」 「새벽에 들은 노래」 「피 흐르는 눈」 「거울 저편의 겨울」 연작들의 시편 제목을 일별하는 것만으로도 그 정조가 충분히 감지되는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에는 어둠과 침묵 속에서 더욱 명징해지는 존재와 언어를 투명하게 대면하는 목소리가 가득하다. “말과 동거”하는 숙명을 안은 채 “고통과 절망의 응시 속에서 반짝이는 깨어 있는 언어-영혼”(문학평론가 조연정)을 발견해가는 환희와 경이의 순간이 여기에 있다.\u003cbr\u003e\n내가 가진 모든 생생한 건\u003cbr\u003e\n부스러질 것들\u003cbr\u003e\n부스러질 혀와 입술,\u003cbr\u003e\n따뜻한 두 주먹\u003cbr\u003e\n부스러질 맑은 두 눈으로\u003cbr\u003e\n유난히 커다란 눈송이 하나가\u003cbr\u003e\n검은 웅덩이의 살얼음에 내려앉는 걸 지켜본다\u003cbr\u003e\n무엇인가\u003cbr\u003e\n반짝인다\u003cbr\u003e\n-「저녁의 소묘 4」 부분\u003cbr\u003e\n죽음에서 삶이, 어둠에서 빛이 탄생하는 아이러니\u003cbr\u003e\n늦은 오후에서 한밤으로 건너가는 시간(저녁), 다시 한밤에서 날이 새기 직전의 시공간(새벽)에 주로 깨어 있는 시인은 “부서진 입술\/\/어둠 속의 혀”로 “허락된다면 고통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피 흐르는 눈 3」) 한다.\u003cbr\u003e\n이 어스름한 저녁을 열고\u003cbr\u003e\n세상의 뒤편으로 들어가 보면\u003cbr\u003e\n모든 것이\u003cbr\u003e\n등을 돌리고 있다\u003cbr\u003e\n고요히 등을 돌린 뒷모습들이\u003cbr\u003e\n차라리 나에겐 견딜 만해서\u003cbr\u003e\n-「피 흐르는 눈 4」 부분\u003cbr\u003e\n인간의 삶에 구체적이고 특별한 불행들이 생겨나기 이전, 시인은 “아직 심장도 뛰지 않는\/점 하나로\/언어를 모르고\/빛도 모르고\/눈물도 모르며\/연붉은 자궁 속” “죽음과 생명 사이,\/벌어진 틈”(「마크 로스코와 나」)에서 고통의 기원과 진실의 정체를 밝히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 “어깨를 안으로 말고\/허리를 접고\/무릎을 구부리고 힘껏 발목을 오므려서”(「심장이라는 사물」) 자신의 피 흘리는 육체를 담보 삼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u003cbr\u003e\n누군가 내 몸을 두드렸다면 놀랐을 거야\u003cbr\u003e\n누군가 귀 기울였다면 놀랐을 거야\u003cbr\u003e\n검은 물소리가 울렸을 테니까\u003cbr\u003e\n깊은 물소리가 울렸을 테니까\u003cbr\u003e\n둥글게\u003cbr\u003e\n더 둥글게\u003cbr\u003e\n파문이 번졌을 테니까\u003cbr\u003e\n-「눈물이 찾아올 때 내 몸은 텅 빈 항아리가 되지」 부분\u003cbr\u003e\n몸속에 맑게 고였던 것들이\u003cbr\u003e\n뙤약볕에 마르는 날이 간다\u003cbr\u003e\n끈적끈적한 것\u003cbr\u003e\n비통한 것까지\u003cbr\u003e\n함께 바싹 말라 가벼워지는 날\u003cbr\u003e\n-「해부극장 2」 부분\u003cbr\u003e\n마르고 텅 비어가는 그 육체는 영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동지(同志)이기에 결국 영혼도 부서지고, 돌이킬 수 없는 상실감과 균열의 느낌은 어김없이 찾아든다.\u003cbr\u003e\n어느\u003cbr\u003e\n늦은 저녁 나는\u003cbr\u003e\n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u003cbr\u003e\n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u003cbr\u003e\n그때 알았다\u003cbr\u003e\n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u003cbr\u003e\n지금도 영원히\u003cbr\u003e\n지나가버리고 있다고\u003cbr\u003e\n밥을 먹어야지\u003cbr\u003e\n나는 밥을 먹었다\u003cbr\u003e\n-「어느 늦은 저녁 나는」 전문\u003cbr\u003e\n그러나 시인은 이런 상실감과 슬픔에 압도당하지 않고, 오히려 고통과 정면승부를 한다. 스스로에게 재우쳐 다짐하듯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한 그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단호하다. 짐작건대 그가, 시집의 5부(‘캄캄한 불빛의 집’)에 실린, 대부분 시인의 이십대에 씌어진 시들에서 목도할 수 있는 벅찬 숨결, 더운 핏줄, 열정적 사랑, 푸릇한 청춘의 시절을 통과해왔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u003cbr\u003e\n정면을 보며 발을 구를 것\u003cbr\u003e\n발목이 흔들리거나, 부러지거나\u003cbr\u003e\n리듬이 흩어지거나, 부스러지거나\u003cbr\u003e\n얼굴은 정면을 향할 것\u003cbr\u003e\n두 눈은 이글거릴 것\u003cbr\u003e\n마주 볼 수 없는 걸 똑바로 쏘아볼 것\u003cbr\u003e\n그러니까 태양 또는 죽음,\u003cbr\u003e\n공포 또는 슬픔\u003cbr\u003e\n그것을 이길 수만 있다면\u003cbr\u003e\n심장에 바람을 넣고\u003cbr\u003e\n미끄러질 것, 비스듬히\u003cbr\u003e\n-「거울 저편의 겨울 9-탱고 극장의 플라멩코」 부분\u003cbr\u003e\n薄明 비껴 내리는 곳마다\u003cbr\u003e\n빛나려 애쓰는 조각, 조각들\u003cbr\u003e\n아아 첫 새벽,\u003cbr\u003e\n밤새 씻기워 이제야 얼어붙은\u003cbr\u003e\n늘 거기 눈뜬 슬픔,\u003cbr\u003e\n슬픔에 바친다 내\u003cbr\u003e\n생생한 혈관을, 고동 소리를\u003cbr\u003e\n-「첫 새벽」 부분\u003cbr\u003e\n삶을 관통하는 불꽃같은 고통, 그토록 가슴 시린 한강 언어의 기원\u003cbr\u003e\n이제 “얼음의 종이를 통과해\/조용한 저녁이 흘러”(「저녁의 소묘 3」)들 때, 어둠 속에서 건너가보는 꿈속에서, 거울 저편의 정오나 혹은 거울 밖 검푸른 자정에서 “동그랗게 뒷걸음질 치는”(「심장이라는 사물」) 혀를 이용해 시인이 닿고자 하는 것은 순수한 언어, 삶의 본질, 고통과 절망 너머의 어떤 절실함과 회복의 풍경들이다.\u003cbr\u003e\n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u003cbr\u003e\n어떻게 해야 하는지\u003cbr\u003e\n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u003cbr\u003e\n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u003cbr\u003e\n괜찮아\u003cbr\u003e\n왜 그래,가 아니라\u003cbr\u003e\n괜찮아.\u003cbr\u003e\n이제 괜찮아.\u003cbr\u003e\n-「괜찮아」 부분\u003cbr\u003e\n이제\u003cbr\u003e\n살아가는 일은 무엇일까\u003cbr\u003e\n물으며 누워 있을 때\u003cbr\u003e\n얼굴에\u003cbr\u003e\n햇빛이 내렸다\u003cbr\u003e\n빛이 지나갈 때까지\u003cbr\u003e\n눈을 감고 있었다\u003cbr\u003e\n가만히\u003cbr\u003e\n-「회복기의 노래」 전문\u003cbr\u003e\n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에는 침묵의 그림에 육박하기 위해 피 흘리는 언어들이 있다. 그리고 피 흘리는 언어의 심장을 뜨겁게 응시하며 영혼의 존재로서의 인간을 확인하려는 시인이 있다. 그는 침묵과 암흑의 세계로부터 빛나는 진실을 건져 올렸던 최초의 언어에 가닿고자 한다. 이 시집은 그간 한강 문학을 이야기할 때 맨 먼저 언급돼온 강렬한 이미지와 감각적인 문장들 너머에 자리한 어떤 내밀한 기원-성소에 한 발 가까이 다가가는 주춧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u003cbr\u003e\n■ 뒤표지 글\u003cbr\u003e\n전철 4호선,\u003cbr\u003e\n선바위역과 남태령역 사이에\u003cbr\u003e\n전력 공급이 끊어지는 구간이 있다.\u003cbr\u003e\n숫자를 세어 시간을 재보았다.\u003cbr\u003e\n십이 초나 십삼 초.\u003cbr\u003e\n그사이 객실 천장의 조명은 꺼지고\u003cbr\u003e\n낮은 조도의 등들이 드문드문\u003cbr\u003e\n비상전력으로 밝혀진다.\u003cbr\u003e\n책을 계속 읽을 수 없을 만큼 어두워\u003cbr\u003e\n나는 고개를 든다.\u003cbr\u003e\n맞은편에 웅크려 앉은 사람들의 얼굴이 갑자기 파리해 보인다.\u003cbr\u003e\n기대지 말라는 표지가 붙은 문에 기대선 청년은 위태로워 보인다.\u003cbr\u003e\n어둡다.\u003cbr\u003e\n우리가 이렇게 어두웠었나.\u003cbr\u003e\n덜컹거리는 소리에 귀 기울이면\u003cbr\u003e\n맹렬하던 전철의 속력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u003cbr\u003e\n가속도만으로 레일 위를 미끄러지고 있다.\u003cbr\u003e\n확연히 느려졌다고 느낀 순간,\u003cbr\u003e\n일제히 조명이 들어온다, 다시 맹렬하게 덜컹거린다. 갑자기 누구도\u003cbr\u003e\n파리해 보이지 않는다.\u003cbr\u003e\n무엇을\u003cbr\u003e\n나는 건너온 것일까?","brand":"IBOOKPARK","offers":[{"title":"Default Title","offer_id":49624328012004,"sku":"12122024998","price":18.0,"currency_code":"USD","in_stock":true}],"thumbnail_url":"\/\/cdn.shopify.com\/s\/files\/1\/0831\/9788\/6692\/files\/9788932024639.jpg?v=1786426638","url":"https:\/\/ibookpark.com\/en\/products\/%ec%84%9c%eb%9e%8d%ec%97%90-%ec%a0%80%eb%85%81%ec%9d%84-%eb%84%a3%ec%96%b4-%eb%91%90%ec%97%88%eb%8b%a4-%ed%95%9c%ea%b0%95-%ec%8b%9c%ec%a7%91","provider":"IBOOKPARK","version":"1.0","type":"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