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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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역: 창작그림책
- 연령: 초등학생
- 구성: 양장본 52쪽 231*276mm
- 배송: 단행본 2권이상 미국내 무료배송
- 출판사: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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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동화작가 유은실과 화가 김재홍이 그려 낸 『그해 가을』한국아동문학의 빛나는 별, 작가 권정생의 산문 「그해 가을」이 그림책으로 탄생했다. 제6회 권정생 창작기금을 수상한 동화작가 유은실이 원작의 감동을 그대로 살리되 그림책에 맞게 새롭게 글을 쓰고 화가 김재홍이 그림을 그렸다. 교회 문간방에 살던 청년 권정생이 장애아 창섭이를 만난 순간이 한 편의 슬프고 아름다운 동화처럼 펼쳐진다. 권정생의 삶과 생각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이야기와 스산한 가을날에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묵직한 그림이 깊은 울림을 전한다.
[줄거리]
지적 장애와 지체 장애가 있는 열여섯 살 창섭이는 교회 문간방에 사는 나(권정생)를 가끔씩 찾아온다. 비 내리는 어느 가을날, 창섭이는 내게 찾아와 배가 고프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집에 먹을 것이 없어서 배고픔을 참기 위해 창섭이와 함께 찬송가를 부른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뒤, 주일 예배를 마치고 만난 창섭이는 내게 배가 아프다고 말한다. 난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창섭이 옷을 대충 여미고 떼밀어 쫓아 보내는데…….
그림책으로 새롭게 읽는 권정생의 산문
故 권정생의 산문 「그해 가을」은 1975년 『새가정』 11월호에 발표되었고, 작가의 작고 5주기를 맞아 출간된 산문집 『빌뱅이 언덕』(창비 2012)에 수록된 작품이다. 2013년 가을, 동화작가 유은실은 이 산문집 속에 실린 7쪽 분량의 짧은 글 「그해 가을」에 압도되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받은 감동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작가의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자 이 이야기의 감동을 아이들과 나눠야겠다고 결심한 뒤 그림책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유은실 작가는 권정생의 원작에 실린 문장들을 발췌하여 그대로 가져오되 전기, 수필 등 여러 자료에서 얻은 권정생의 자전적 내용을 알기 쉬운 문장으로 보태어 그림책 원고를 공들여 완성했다.
그림책 『그해 가을』에는 “누구에게나 사랑받지 못하는 ‘창섭이’라는 인물을 책 속 주인공으로 살려 내어 아이들과 만나게 하고 싶다.”라는 유은실 작가의 소박한 바람이 담겨 있다. 어린 독자들에게 권정생 산문이 지닌 감동을 그림책으로 온전히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청년 권정생이 만난 한 아이 이야기
1968년 2월부터 권정생은 일직교회 문간방에서 살았다. 서향으로 지은 토담집의 문간방은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웠지만, 그에게 “그 조그만 방은 글을 쓸 수 있고 아이들과 자주 만날 수 있는 장소”였다(『우리들의 하느님』, 녹색평론사 1996; 개정증보판 2008, 20면). 그는 가난으로 얻은 병마와 싸우면서도 교회 일을 돌보는 사찰집사로 일하고, 주일학교 교사로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동화를 썼다. 그렇게 지내 오던 1971년의 어느 가을 무렵에 청년 권정생이 사는 문간방에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던 한 아이가 있었다. 지체 장애와 지적 장애가 있는 열여섯 살의 창섭이였다.
“창섭이는 울 줄을 몰랐다.
아픈 것도 모르는 듯했다.
하지만 분명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창섭이와 내가 비슷한 사람이라는 걸.
그래서 서로 통할 수 있다는 걸.”
병든 몸으로 힘겹게 살아가던 청년 권정생은 이따금 자신을 찾아오는 창섭이와 동병상련을 느끼며 우정을 나누게 된다. 그림책 『그해 가을』은 부슬비 내리는 어느 가을날에 청년 권정생이 창섭이를 만나고, 그 아이가 불현듯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함께 보낸 순간을 담아낸 작품이다.
창섭이의 부모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이 한결같이 창섭이를 싫어하지만 권정생은 창섭이를 여느 사람들이 하듯 대하지 않았다. 권정생은 자신의 산문 「가난한 예수처럼 사는 길」에서 “인간의 눈으로 봤을 때는 흉측한 것이더라도 하느님 보시기엔 아름답기 때문에 만드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빌뱅이 언덕』 168면). 그림책 『그해 가을』에서는 세상의 모든 것을 인간의 편협한 눈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하늘의 뜻을 생각하며 살면 세상이 아름다워지리라 믿었던 권정생의 세계관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이 그림책은 보잘것없는 것들에 대한 한없는 사랑으로 쓴 권정생의 아름다운 동화들처럼 우리의 편견을 따끔하게 일깨우며, ‘살아 있는 것은 더없이 고귀하다.’라는 전언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슬픔과 고통을 깊이 새긴 묵직한 그림
그림책 『동강의 아이들』 『영이의 비닐우산』으로 널리 알려진 화가 김재홍은 이 책에서 창섭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흙’을 떠올렸다. 흙은 원초적인 느낌을 가지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밑바닥에 존재하며 꼭 필요한 재료다. 화가는 창섭이가 등장하는 곳에서 아크릴 물감에 흙을 섞어서 인물을 표현했다. 비가 내리는 가을날, 창섭이가 질퍽한 흙투성이 바지를 입고 교회 문간방으로 뛰어오는 길이나 창섭이가 마음속에 있던 말을 청년 권정생에게 내뱉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또한 화가는 작가 권정생과 친구였던 창섭이를 몸과 마음이 불편한 아이가 아니라 참새, 다람쥐, 들꽃 등 자연을 좋아하는 순수한 아이로 그려 냈다.
『그해 가을』의 청년 권정생과 창섭이의 이야기에는 가난과 슬픔, 고통의 감정이 짙게 배어 있다. 김재홍 화가는 특유의 사실적인 묘사로 감정을 꾹꾹 누르듯 묵직하게 이야기를 화폭에 펼쳐 보인다. 배고픔을 잊기 위해 찬송가를 부르는 청년 권정생과 창섭이처럼 기도하듯 묵묵히 펼쳐지는 아름다운 그림들이 모여 가슴에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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