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적불행

어린 시절에 밤 새워 책을 읽는 몰입의 상태가 1~2년 계속 되어도 이를 반대하지 않은 푸름이 교육법이 전파된 지도 벌써 10년이 넘어갑니다. 그동안 푸름이 교육의 핵심 정신인 ‘배려 깊은 사랑’을 일상에서 일관되게 실천하면서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지적으로 뛰어난 아름다운 아이를 키워낸 부모님들도 계셨습니다.
반면에 처음에는 이 교육을 열정으로 시작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그동안 해온 노력을 파괴하고 아이의 자기주도성을 길러주기보다는 사교육으로 몰고 가면서 의존성을 증가시키는 부모님들도 수없이 많았습니다. 그런 부모님들은 대개 자신에게 가혹하고, 일정한 틀이 정해져 있으며 매사가 불안하고 의심이 많으며, 자신이 좋은 것을 누릴 만한 자격이 없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어떤 부모님에게는 아이의 눈빛을 보면서 배려 깊은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일상의 일처럼 간단하며 쉬운데, 왜 어떤 부모님에게는 배려 깊은 사랑이 단지 머릿속에만 존재하며 가슴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배워 하나하나 노력해서 실천해야만 하는 것인지가 늘 궁금했습니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우리는 배려 깊은 사랑의 실천을 근본적으로 막는 ‘무엇인가’가 우리의 무의식 안에 존재한다는 것을 점점 또렷하게 알게 되었고, 이 ‘무엇인가’를 치유하지 못하면 사랑하는 우리의 아이들을 행복하게 키우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깊게 깨달았습니다.

몇 년 전 저는 마사 하이네만 피퍼와 윌리엄 J. 피퍼 부부가 쓴 <스마트 러브 : 아이와 엄마가 함께 행복해지는 현명한 육아 철학>이란 책을 읽으면서, 내적 불행이란 개념이 바로 실체를 알 수 없었던 그 ‘무엇인가’ 임을 한눈에 알았고, 푸름이닷컴에 화두를 던졌습니다. 그리하여 푸름이닷컴 내에서의 끝없는 논쟁과 사례를 통해 내적 불행에 대한 지식의 축적, 자신의 어두운 내면에 존재하는 아이에 대한 위로, 그리고 집단적인 치료가 일어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내적 불행을 알면 알수록 이것이 모든 사회악의 근원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습니다. 사실 내적 불행은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부모가 하는 모든 행동은 자신을 위해서 한다는 지극히 낙관적인 생각에서 기인합니다. 부모가 배려 깊은 사랑을 받지 못해 아이들에게 ‘나는 사랑을 줄 테니 너는 나에게 무엇을 주겠니?’ 하는 식의 조건적인 사랑을 주거나 아이를 자신이 받은 그대로 완벽주의에 따라 도저히 부모의 욕구를 채우지 못하는 좌절감 속에서 키우거나, 야단을 치거나 매를 들면서 억압하고, 아이의 욕구가 나오기 전에 미리 부모가 모든 욕구를 채워주는 방임의 상태, 또는 부모가 너무 바빠 기본적인 생활을 제외하고 방치해서 키웠다면, 그래서 아이들이 불행을 느꼈다면 그 불행조차도 부모가 자신에게 주려 했던 최선의 상태이기에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도 그 불행의 감정을 주기적으로 맛보려하면서 불행을 끌어들이려하는 것이 내적 불행입니다.
내적 불행은 무의식 속에서 우리를 교묘히 조종하며 사람과의 관계를 파괴하고 건강, 일 등 인생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우리는 이제야 어릴 때의 내적 불행이 어떻게 아이들의 성장발달을 방해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행복한 부모가 되기 위한 마음의 치유서인 <내적 불행>은 성인 및 아동심리치료 분야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탁월한 업적을 남긴 마사하이네만 피퍼와 윌리엄 J. 피퍼 부부의 또 다른 저서로 수십 년간의 임상경험을 통해 얻은 사례를 정리한 독특한 명저입니다.
이 책은 어릴 때 받은 교육이 훗날 성인이 되었을 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그리고 내적 불행이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과정을 통해 치료할 수 있는지 단계별로 구체적으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어날 수 있는 내적 불행에 대해 대부분의 사례가 있기에 스스로 자신의 내적 불행을 인식하는 큰 도움을 받을 것입니다.
자신의 내적 불행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 무의식에서 기승을 부리며 자기를 파괴하고 끝없는 불안과 죄책감을 조장하던 내적 불행은 그 힘을 잃게 됩니다. 물론 양파 껍질 벗기듯 하나의 내적 불행 뒤에는 또 다른 내적 불행이 숨어있지만 자신의 내적 불행이 올라오는 것을 냉철하게 본다면 삶의 의미는 이전과는 달리 충만함과 기쁨 속에서 생명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은 제가 선택해서 만들었습니다. 지난 100년간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겪으면서 우리 민족 안에 내적 불행이 너무나 극심하며, 또 부모를 통해 자식에게 대물림됨을 알았습니다. 저도 민족 안에 존재하는 내적 불행의 희생자입니다. 우리 대에서 내적 불행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더 이상 우리 자식들을 유능하고 행복하게 키울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내적 불행>>이 우리말로 번역되어 나오기를 그토록 기다렸습니다. 이제 우리는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심리서를 얻었기에 눈부시게 성장할 것입니다.

푸름아빠 최 희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