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을 따뜻하고 신나게
추워라 추워라 춥대장, 나와라 나와라 눈대장.
눈이 내린다. 눈이 내리는 날에는 눈거인이 나온단다.
조금씩 소리 없이 내리는 눈은 우리를 즐겁게 해주지만 많이 내리게 되면 위험한 존재가 됩니다. 무엇이든 꽁꽁 얼려버린다는 무서운 눈거인은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이면 나타난다고 합니다.
물론 눈이 많이 내리는 날에는 집 안에 있는 것이 최고지만 밖에서 신나게 뛰어 놀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도 알아주어야 할 터입니다. 하지만 눈거인이 그림책에서만 나타나겠습니까. 추운 겨울, 눈이 많이 내린 날에 밖에서 신나게 놀려면 절대로 춥다고 말하지 않는 씩씩함과 함께 덥다며 옷을 함부로 벗지 않는 신중함이 필요하답니다. 잠깐 덥다고 벗어버리면 오히려 몸은 더 빨리 차가워져서 꽁꽁 얼게 되어버리니까요.
키코가 따뜻한 차를 끼얹는 기지로 눈거인을 물리친 것처럼 우리도 추위를 슬기롭게 이겨내며 신나게 겨울을 보내봅시다. 역시 어른의 말씀은 잘 들어둬야 하나 봅니다.
작가의 이야기-첫 스키 타기
옛날에 오빠가 스키장에서 발을 삐었을 때의 일입니다. 저는 사촌동생 두 명과 함께 오빠를 구하러 간다면서 야단법석을 떨며 갔다가 결국에는 오빠의 짐을 옮겨주는 일만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같이 갔던 사촌동생은 스키 타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기쁘게 안내인 역할을 맡아 주었습니다.
한량 밖에 없는 작은 기차로 갈아타고 눈이 치워진 산길을 스키장까지 올라갔습니다.
“이 근처에는 용이 나온대.” 저는 사촌동생의 말에 깜짝 놀라서 “용은 겨울잠을 자고 있지 않을까?” 하고 말했습니다. 사촌동생은 히죽히죽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멧돼지가 나올지도 몰라. 멧돼지는 빨리 달리니까 우리는 큰 나무 위로 도망칠 수도 없어.” 그리고는 나무 뿌리를 가리키며 멧돼지의 꼬리라고 소리쳤습니다. 다른 사촌동생과 저는 놀라서 스키장의 숙박업소까지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여관의 입구 양쪽에는 크기가 각기 다른 7~8개의 눈사람이 낡은 스키 모자와 양동이를 쓰고 마중 나와 있었습니다. 손님은 오빠 혼자였습니다. 가볍게 삐긋한 정도였기 때문에 저와 사촌동생은 저녁까지 스키를 즐길 여유가 생겼습니다. 작은 스키장에는 리프트도 없었습니다. 사촌동생은 로프를 잡고 위쪽까지 올라가서 팔랑팔랑 날듯이 미끄러져 내려옵니다. 사촌동생은 스키를 처음 타보는 나에게 올라가기, 내려오기, 멈추기, 방향 바꾸기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캄캄한 겨울 하늘 아래에서 올라가고 미끄러져 내려오고, 올라가고 미끄러져 내려오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습니다. 땀이 계속 나서 모자와 스웨터를 벗자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왔습니다. 완전히 날이 저물 때에야 우리는 눈사람의 배웅을 받으며 산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에 이 작은 스키장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키코와 치이, 니이가 썰매타기에 딱 맞는 곳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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