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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좋은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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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역: 육아서
  • 연령: 부모님
  • 구성: 240쪽 |133*190mm
  • 배송: 단행본 2권이상 미국내 무료배송
  • 출판사: 펜연필독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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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엄마가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면 아이에게 어려운 많은 것들을 요구하는 세상을 대표하게 되며, 종종 충동의 적이 되는 현실을 서서히 소개하는 역할도 하게 됩니다. 엄마에 대한 흠모와 사랑이 존재하는 게 절대적으로 확실하지만, 엄마에 대한 분노와 증오도 어딘가에 있는 것입니다. / 27쪽

엄마가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건 그렇다 치고, 아기를 미워하는 경우도 결코 드물지 않습니다. 저는 아기를 잘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실제로도 잘 해나가고 있는 평범한 엄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이 혹시나 아기를 해치게 되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공포 속에 사는 엄마들을 저는 많이 알고 있습니다. / 31쪽

인간의 본성 속에는 깊이 숨겨져 있는 것이 많습니다. 저는 모든 걸 수월하게 느끼고 의심이란 걸 해본 적이 없는 엄마 밑에서 자라기보다는, 인간 존재의 모든 내적 갈등을 품고 있는 엄마의 아이이고 싶습니다. / 31쪽

동그란 것을 쥐고, 손가락이나 옷자락을 빨고, 헝겊 인형을 움켜쥐는 것 등이 모두 아기가 보이는 최초의 애정 행위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까요? / 42쪽

아주 어린 아이의 미성숙한 자기(self)는 옷을 빠는 등 이상한 버릇의 형태로 자기표현을 합니다. 그런 행동이 아이에겐 현실로 느껴지는 것이죠. 이를 통해 엄마와 아기는 동물적 본능에 휘둘리지 않는 인간적 관계를 맺는 기회를 얻습니다. / 45쪽

엄마 아빠는 차츰 아이를 현실에, 또 현실을 아이에게 소개합니다. 그 방법 중 하나는 금지입니다. “안 돼”라고 말하는 것이 ‘방법 중 하나’라고 말씀드려서 여러분은 반가우시겠죠? 금지는 두 가지 방법 중 하나입니다. “안 돼”라고 말하는 것의 기초는 “그래”입니다. / 72쪽

아이들이 항상 부드러운 물건만 가지고 놀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닙니다. 돌멩이와 막대기와 단단한 마룻바닥도 좋아합니다. 아이들은 안기는 것만큼이나 저리 가라는 말을 듣는 것도 좋아합니다. / 75쪽

질투는 정상이고 건강한 감정이라는 말씀을 저는 우선 주저 없이 드리고 싶습니다. 질투는 아이가 사랑을 하기 때문에 생깁니다. 사랑할 능력이 없다면 질투를 하지도 않을 겁니다. 이후에 우리는 질투의 건강하지 않은 측면에 대해서, 특히 숨겨진 질투에 대해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 79쪽

질투가 많은 사람들을 보면, 어린 시절에 한 번쯤은 질투를 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그들은 질투를 느끼고 조절할 수도 있었던 시기에 충분히 화내고, 질투하고, 공격성을 드러낼 뚜렷한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만약 그런 기회가 있었다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듯 그들도 질투하는 시기를 지나 거기서 빠져나올 수 있었을 겁니다. / 112쪽

엄마가 되는 일을 이상화하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나름의 좌절과 지겹게 반복되는 일과가 있고, 정말 더 이상 못하겠다 싶은 순간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보살피다가도 비슷한 생각이 들지 말란 법은 없지요. / 120쪽

억눌린 분노는 그 분노 뒤에 존재하는 사랑을 손상시킵니다. 우리가 욕을 하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 같습니다. 적절한 순간에 분노를 말로 모아 표현하고 나면, 하던 일을 새롭게 다시 이어갈 수 있습니다. 임상에서 저는 엄마들이 자신의 쓰라린 분노에 가 닿을 수 있을 때 위로받는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 131쪽

수많은 엄마들과 이야기하고, 또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보면서, 저는 결국 최고의 엄마가 되는 사람은 처음에 항복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진심으로 믿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모든 것을 잃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회복할 수 있습니다. / 135쪽

초기의 보호해주는 시기가 지난 후 엄마는 조금씩 아이에게 세상을 보여주고, 아이는 자유로운 표현과 충동적 행동을 위한 새로운 기회에 덤벼듭니다. 안전과 통제에 저항하는 이러한 전쟁은 어린 시절 내내 지속됩니다. 그러나 통제는 항상 필요합니다. 부모는 돌담과 철창으로 된 규율과 틀을 항상 준비하고 있으나, 이는 내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알고 있고, 아이가 한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데 관심이 있는 한에서입니다. 부모는 반항을 환영합니다. 부모는 평화의 관리자 역할을 계속하지만 무법을, 심지어 혁명을 기대합니다. / 157쪽

초기 단계에서 좋은 환경은 안전감을 형성해주고, 안전감은 자기 통제로 우리를 이끌며, 자기 통제가 확고하다면 이때 남이 부과한 안전은 모욕에 불과하다고요. / 159쪽

엄마를 세심하게 만들어주고 자신의 판단에 의심을 갖게 해주는 건 죄책감인 것 같습니다. 저는 죄책감을 느끼는 능력을 갖지 못한 부모를 실제 만난 적이 있는데, 이들은 아이가 아플 때 그 사실을 알아채지도 못합니다. / 176쪽

무언가가 옳다는 느낌은 분명 ‘엄마나 아빠가 내게 이런 것을 기대하는구나’ 하는 아이의 생각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건 죄책감과 연결된 좋고 나쁨의 의미입니다. 죄책감을 줄여주는 것은 아이에게 좋게 느껴지고, 죄책감을 증가시키는 것은 나쁘게 느껴집니다. / 187쪽

아기가 생생하게 삶을 경험하는 초기 단계에 부모가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된다면 아기의 옳고 그름에 대한 감각을 잘 발달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자기 나름의 죄책감을 형성할 수 있는 한에서, 오직 그럴 때만 우리의 좋고 나쁨에 대한 생각들을 아이에게 가르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 188쪽

한 층위에서 엄마들은 단 한 가지를 바랍니다. 아이가 성장하여 울타리를 벗어나고, 학교에 가고, 세상과 마주하기를 바라죠. 또 다른 층위에서, 아마 더 깊은 층위일 텐데, 실제 의식하진 못하지만 엄마들은 아이를 놓아줄 생각을 도저히 할 수가 없습니다. 그 깊은 층위에서 엄마는 이 가장 소중한 대상을, 그리고 엄마라는 역할을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 199쪽

개중엔 근근이 삶을 꾸려가고 자신의 힘든 기질을 추스르느라 아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챙겨줄 수 없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걸 다 이해해줍니다. 알 수 있고, 꽉 붙들 수 있는 물리적 여건만 갖춰져 있으면 아이들은 부모 사이의 긴장도 어느 정도 참을 수 있습니다. / 210쪽

한결같기 위해서, 그리고 아이들이 예측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이 된다면 아이들은 우리를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어떤 역을 연기하고 있는 거라면 분장을 지웠을 때 우리는 발각될 것입니다. / 211쪽

대체로 아이를 돌보는 사람은 조심스러운 선택을 거쳐 찾아집니다. 교실에서 배워서 되는 것이 아닌 거죠. 아기들은 자신의 엄마를 고르는 일에 아주 능합니다. 적어도 일차적 모성 몰두라는 관점에서는요 그게 아니라면 제가 아기들을 그토록 높게 평가할 이유가 없습니다. / 224쪽

 

육아에 대한 성찰이자 엄마의 내면에 대한 탐구
사랑과 미움,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는 인간 심층에 대한 이야기

정신분석가 도널드 위니코트가 영국 BBC 방송에서 20년간 뜨거운 호응 속에 펼쳤던 육아 강연의 핵심을 담은 책. 일반 부모들을 대상으로 했던 강연인 만큼 이해하기 쉬운 일상 언어로 기술되어 있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 책은 육아에 대한 성찰이자 엄마의 내면에 대한 탐구이며 사랑과 미움,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는 모든 인간의 심층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위니코트의 핵심 개념인 ‘충분히 좋은 엄마(good enough mother)’는 우리말로 더 정확히 옮기자면 ‘이만하면 좋은 엄마’ 혹은 ‘그리 나쁘지 않은 엄마’에 해당한다. 위니코트는 모든 엄마가 엄마로서의 자질을 타고난다고 믿었고,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면서 아기와 생생하게 상호작용하다면 ‘내 아이’에 있어서만은 어떤 전문가보다 충분히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가 말한 충분히 좋다는 것은 완벽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완벽에 대한 강박은 불안을 일으킬 뿐 아니라, 아이가 엄마로부터 서서히 떨어져 나와 자기만의 자아와 세상을 발견해가는 것을 오히려 방해한다고 그는 봤다.

책은 ‘사악한 새엄마 신화’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엄마와 아이 사이의 깊은 사랑에 뒤엉켜 있는 두려움과 증오에 대한 이야기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 사랑을 느끼지 못해 괴로워하는 엄마들, 자신이 혹여 아기를 해치게 되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공포 속에 사는 엄마들, 또 의붓아이를 키우며 맘처럼 사랑할 수 없어 곤란을 겪는 엄마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렇게 우리 내면의 어둠을 들여다보는 작업과 관련해 위니코트는 이런 말을 한다. “우리에게 닥치는 악몽과 우울과 의심을 볼 수 있는 눈이 없다면, 우리의 성취를 이해하는 눈 또한 가질 수 없습니다.”

위니코트는 생애 초기 아이와 엄마의 관계를 섬세하게 들여다보면서 엄마들의 불안과 혼란에 깊이 공감한다. 그는 우리를 깨달음으로 이끌되 누구도 아프게 하지 않는 사려 깊은 태도를 일관되게 보여준다. 시대를 뛰어넘어 여전히 생생하고 뭉클하게 와 닿을 수밖에 없는 위니코트의 육아 강연이 가진 특별한 힘이다.

도널드 위니코트는 우리나라 일반 독자들에겐 아직 이름이 낯설지만, 현대 정신분석에서 ‘프로이트 이후 가장 사랑받는 정신분석가’로 불리고 있으며, 세상을 떠난 지 50년이 지난 지금 갈수록 더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정신분석가다. 위니코트는 여느 분석가들과는 달리 대중을 대상으로 다양한 강연과 교육을 평생 지속적으로 펼쳤다. 그는 부모를 비난하거나 일방적으로 가르치려 하지 않았다. 부모들이 자신의 마음과 행동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돕는 일, 그것이 그가 추구했던 목표였다.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 아이에게 중요한 뭔가를 놓치고 있지 않나 하는 불안 속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많다. 육아에 대한 조언들이 그 강박과 불안을 더욱 부추기기도 한다. 많은 육아책들이 엄마가 알아야 할 일, 해야 할 일의 목록을 자꾸만 더 늘린다. 엄마가 되는 일을 프로의 험난한 영역인 것처럼 느끼게 만들고 불안과 죄책감을 가중시킨다. 어찌 보면 낡고 순박하게도 느껴지는 위니코트의 이 육아 강연집이 지금 아이를 키우는 모든 사람들에게 꼭 읽혔으면 하는 이유다.

이 책은 위니코트를 각별히 좋아하는 정신과 의사에 의해 번역되었다. 옮긴이 김건종은 위니코트의 논문집 번역을 감수하면서 그 책 서문에 “위니코트를 세상 어떤 분석가보다, 사상가보다, 소설가보다 좋아한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위니코트의 문장을 읽는 기쁨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바쁜 시간을 쪼개어 이 책을 번역했다. 위니코트의 글을 미세한 뉘앙스까지 살피며 정성을 기울여 번역했고, 구석구석 더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해설 성격의 각주를 달았다.

이 책 옮긴이 서문에 그는 이렇게 썼다.
“내게 위니코트는 아이와 부모의 마음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했던 탁월한 정신분석가이고, 삶의 풍성한 가능성과 그 미묘한 그늘을 동시에 들여다봤던 현명한 철학자이며, 예민하고 소심하지만 유머러스하고 낙천적으로 생생한 삶을 살았던 사랑스럽고 존경스러운 한 인간이기도 하다. (…) 깨달음과 위로는 좀처럼 공존하기 힘든 미덕이다. 깨달으면 아프기 마련이고, 위로는 흔히 현실을 잠시 잊는 것에 불과하니까. 하지만 위니코트의 섬세한 문장은 깨달음과 위로를 동시에 경험하는 드문 순간으로 우리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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